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읽기와 쓰기 2009.06.12 20:36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노희경 (헤르메스미디어, 2008년)
상세보기


워낙 유명한 책이라, 읽어보고 싶었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속 깊이 박혔던 탓도 있다.

진솔한 느낌의 에세이가 좋았고,
젊은 날의 글과 이후, 더 나이가 들며 바뀐 생각들을 비교해 놓은 점도 좋았다.


'그들이 사는 세상'을 한 편도 빠짐없이 모두 보았고, 그만큼 팬이었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읊었던 대사를 다시 한 번 글로 접할 수 있던 것이 좋기도 했고
한 편으로는 책의 절반 가까이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보니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해서 아쉽기도 했다.

그리고,
그 어떤 글보다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싶은 구절.

친구는 소중한 것이고,
나보다 먼저 친구를 챙겨야 하며,
친구와의 의리를 지키는 것은 목숨만큼 중요하며,
나는 늘 친구의 편에 서야 하며,
주고도 바라지 않는 게 친구관계여야 하며,
친구가 외롭고 괴로울 땐 항상 옆에 있어야 하며...

그러나, 철이 들며 알아가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그 누구도, 친구 아니라 부모와 형제도
나 자신만큼 소중할 순 없고,
목숨을 담보로, 재물을 담보로,
그 어떤 것을 담보로 의리를 요구하는
친구는 친구가 아니다.
늘  친구의 편에 선다는 것이 반드시 옳진 않다.
주고도 바라지 않기란 참으로 힘이 들다.
살다 보면 친구를 외롭고 괴롭게 버려둘 때가
허다하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되는 것이 친구다.

144,145p - 친구들에 대한 몇 가지 편견들

설정

트랙백

댓글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읽기와 쓰기 2009.06.10 13:54
나쁜 사마리아인들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장하준 (부키, 2007년)
상세보기


경제에 대한 것 만큼은 까막눈이나 다름 없는 나.
관심도, 흥미도 없어서 공부하거나 알고자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무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던 책.

'경제서'라는 이유 만으로 책장을 열기가 좀 두렵기도 했지만
지은이 '장하준'씨의 명쾌한 글솜씨와 딱 들어맞는 예시와 비유로 재밌게, 또는 씁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알쏭달쏭 하며 책일 읽다가도 한 마디 비유로 무릎을 탁! 치며 '아하!'하고 깨닫을 수 있어 좋았다.
아래는 경제에 무지한 나도 단번에 이해하게 만들어 준 구절들.

나쁜 사마리아인인 부자 나라들은 개발 도상국들에게 자유 무역을 권장하면서, 자신들이 모두 완전한 자유 무역은 아니더라도 그에 가까운 무역을 하고 있다는 걸 강조한다. 그러나 이것은 마치 여섯 살 먹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보고, 성공한 어른들은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으며, 또한 자립을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는 논리를 들이대면서 여섯 살 먹은 그 아이를 일터로 보내라고 충고하는 것과 같다. 성공한 어른들은 성공을 했기 때문에 자립을 한 것이지, 자립을 했기 때문에 성공을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경제적, 정서적으로 든든한 지원을 받아온 사람들이다. 2장에서 논의한 바처럼 부자 나라들은 자국의 생산자들이 준비를 갖추었을 떄에만, 그것도 대개는 점진적으로 무역을 자유화했다. 요컨대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무역 자유화는 경제 발전의 원인이 아니라 경제 발전의 결과이다.

119p - 3장. 여섯살 먹은 내 아들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나쁜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구절.

그러나 규제가 불필요한 경우에는 부정부패가 경제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000년 법률 개혁 이전에 베트남에서 공장을 하나 열려면(신청자의 품성 보증서와 건강 진단서도 포함된) 수십 건의 문서를 제출해야 했는데, 이 중에서 정부에서 발행하는 문서가 20여 종이었다. 이 모든 문서를 준비하고 필수적인 허가를 모두 받으려면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잠재적인 투자자는 관계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허가를 빨리 따내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물론 신뢰가 깨지고 정부는 정당한 수입을 잃게 되기는 하지만) 해당 투자자는 더 많은 이익을 얻으니 좋고, 소비자는 자신의 요구를 더 빨리 충족시킬 수 있으니 좋고, 해당 공무원은 돈이 많아지니 좋다고 말할 수도 있다. 뇌물 수수를 통해 시장의 힘이 재도입됨으로써 지나치게 규제가 심한 경제에서의 경제적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종종 등장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미국의 원로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의 "경제 성장의 관점에서 보면 엄격하고 지나치게 집중화된, 그리고 부정직한 관료들이 존재하는 사회보다 더 나쁜 사회가 딱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엄격하고 지나치게 집중화된, 그리고 정직한 관료들이 존재하는 사회이다." 는 유명한 진술에서 의도했던 바가 바로 이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건대, (뇌물 수수 행위가 불법이긴 하지만 비도덕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경우) 기업들이 규제 규정을 위반하기 위해 사용하는 뇌물 수수가 경제적으로 유익한가 아닌가 하는 것은 규제의 본질이 무엇이냐에 달려 있다.

256p - 8장. 자이레 대 인도네시아

대학 시절, 미래의 진로를 고민할 때 '유학'도 고려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주변에는 아무런 고민 없이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학 등록금 내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던 내게는
단순한 '능력을 기르기 위한 투자'라기에는 너무나 컸던 기회비용.
이 구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나의 생각이 근시안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글쎄... 난 잘 모르겠다.

능력을 기르는 데 투자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당연히 희생이 따른다. 하지만 그 희생이 무서워 투자를 안 할 수는 없다. 자유 무역주의자들의 주장은 이와 반대되겠지만 말이다. 실제로 우리는 장기적으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단기적인 희생을 감수하는 사람들을 흔히 본다. 그리고 이들을 진심으로 격려한다. 일례로 기술 수준이 낮은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어느 노동자가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한 훈련 과정에 들어갔다고 하자. 이 사람을 보고 예전에 벌던 낮은 임금조차 벌 수 없으니 큰 실수를 하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근시안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비판 받을 것이다. 장래에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이와 같은 단기적인 희생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나라도 장기적으로 생산 능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만일 관세 장벽이나 보조금 덕분에 국내 기업이 (더 좋은 기계를 구입하고, 조직 편제를 개선하고, 노동자들을 훈련시키는 드으이 방법을 통해) 새로운 능력을 축적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면, 소비 수준의 일시적인 감소는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

320p - 에필로그. 세상은 나아질 수 있을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조금은 섬뜩하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굶어죽고 있을, 사다리를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알면서도
사다리를 걷어차고 나만 살겠다고, 속이고, 이용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

점점 심해지는 빈부격차...

신자유주의 반대 이론에서는 이미 식상한 주제라고 하는데,
나로서는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 무척 충격적이었다.


설정

트랙백

댓글

첼리스트 정명화 40주년 기념 음악회

라라라 2009.05.15 14:11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연주자였던 정명화씨.
정경화, 정명화, 정명훈으로 이루어진 유명한 남매 정 트리오의 활동 소식은 물론이고

정명훈 씨 이외에 정경화, 정명화씨의 연주 소식은 잘 들리지 않아 아쉬웠던 차에
이러한 기념 음악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뻤다.
게다가 작년부터 인연을 맺어온 CMI 친구들 덕분에 무료로 관람
!
어머니께서도 정 트리오의 열렬한 팬이셔서, 어머니 티켓은 직접 구매해서 함께 관람하러 가게 되었다
.

첼로 연주자의 단독 콘서트 - 그것도 협연도 아닌 피아노 반주로 진행되는데도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열린다는 것, 그리고 그 커다란 홀이 꽉 찼다는 것에서,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정명화씨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구나- 하면서 정명화씨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

이번 공연에서 또 한가지 주목했던 점은 반주를 김대진씨가 맡으셨다는 것
!
훌륭한 연주자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무대가 어떨지,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다
.


드디어 연주 시작
.


프로그램은 잘 모르는 곡과 무척 유명한 곡이 적절히 섞여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었다
.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잘 알려진 곡들은 그만큼 실수가 두드러지게 보인다는 것인데
,
잘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티가 날 만큼 음정이 어긋나는 부분이 꽤 있었다는 것이다
.

오랜 시간동안의 기대가 커서 였을까, 기대만큼 아쉬움이 컸던 연주회였다.

2시간여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을 모두 마친 뒤에도 아름다운 첼로 소품곡들을 앵콜 곡으로 많이 들려주셨지만,본 프로그램에서의 아쉬움은 가시질 않았다.

정말 좋아하는 연주자인만큼, '내 기대가 너무 커서 그랬던 걸거야' 라고 생각하고 싶다
.
하지만 내게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
다시 한 번, 세계가 인정하는, 아쉬움이 없는 정명화씨의 연주를 듣고 싶다
.

설정

트랙백

댓글